오미 분식이 폐업했다. 38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말이다.
오류동 그리고 개봉동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오미분식이라는 가게를 알지도 모른다.
여기서 알지도 모른다라고 하는 것은 38년이라는 세월이 의미하듯 오미 분식은 한자리에서 오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기에는 무언가 살짝 부족하기 떄문이다.
오류동에서 개봉동 넘어가는 굴다리(이 굴다리라는 용어도 지역 주민만 아는 말이다) 전에 있는 오미분식은 그 이름과는 달리 떡볶이나 튀김을 파는 분식집이 아니라 만두와 도넛츠, 찐방을 파는 가게이다.
별다른 종업원도 없이 서빙하시는 아줌마와 만두를 빚으시는 아저씨, 부부 두분이서 38년동안 운영하셨던 가게는 좋은 말로는 아담하고 추억이 느껴지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 오랫된 세월이 두른 가게는 깨끗하다고 할 수 없으며, 만두와 찐빵도 맛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을 만큼 특출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글을 쓰는 아저씨도 20여년도 더 전에 다녔던 학원이 오미 분식 위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가끔 학원 선생님들이 사주는 만두와 라면이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면 이 가게를 알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추억을 가지고 있는 가게이다.
위에 말했듯이, 학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생색 낼 겸 만두와 라면을 사가지고 갔으며, 근처에서 농구하던 아이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복숭아 주스와 함께 만두를 먹었으며, 아직 사귄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와 맛있는 가게라고 하면서 만두와 찐방을 어설프게 사먹던 추억, 교회 친구들과 함께 만두를 사서 먹었으며, 지역 맛집이라고 친구들끼리 취재하며 써지지 않는 글을 써내려갔던 나날들, 어느 추운 겨울날 용돈이라고 벌어보고자 직업소개서 서성대던 대학생이 결국 일을 못 구하고 피씨방에서 시간을 축내다가 점심이나 먹을 겸 만두 사갔던 추억들
고작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추억들이 이 정도인데 그 38년의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에 추억을 가지고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오미분식이 있던 자리는 건물이 철거되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38년의 세월동안 아저씨, 아주머님의 세월도 함꼐 지나가서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끝이 이렇게 왔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그 가게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만두와 찐방을 다시 한번 예전 그 시절처럼 마음껏 먹고 싶었는데, 마지막 작별 인사도 못하고 보내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오미분식은 없어지고, 가끔 길에서 만나면 인사드렸던 아저씨와 아주머님을 다시는 예전처럼 뵐 수 없겠지만, 오미분식이 주었던 추억들은 여러 사람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제나 똑같이 만두를 빚으시고 주시던 한 부부의 모습과 함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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