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성급했던 정부의 KS 인증 도입 과정
2월 중순 이후부터 신재생, 특히 태양광 관련 업계에 큰 뉴스가 2가지 였습니다.
첫번째는 국내 태양광 소재 업체인 OCI와 한화가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적자를 이유로 접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최근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전세계에서 경쟁하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업체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최근 급속하게 성장한 국내 태양광 시장의 이익과 과실을 누가 영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내놓았습니다.
두번째는 정부에서 태양광 관련 시공 기준 변경을 알리면서 RPS 사업에서 KS 인증 제품 사용 의무화를 3월에 전격 시행을 보도 자료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현재 KS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또는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큰 혼란에 빠졌으며, 결국 너무 급작스런 도입으로 인한 여론으로 인하여 인버터와 접속함의 의무화는 7월 1일 이후로 미루어진 상황입니다.(사실 이것도 현재의 인프라와 제도를 보면 넉넉한 시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련의 발표 과정과 업무 처리 내용을 보면 현재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관련하여 추진하는 업무가 일정에 쫓겨서 너무 성급하게 어찌보면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KS 인증 도입의 확대는 언젠가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까지 그냥 제도화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로드맵하에서 그 제도를 뒤받침할 수 있는 업체간의 정보 공유, 기술적/제도적 변경, 그리고 인증 및 시험 인프라가 차례대로 구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정부의 발표는 그런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단순히 언제까지 추진하겠다는 기한만 남겨둠으로써 그 관련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줌과 동시에 그 추진에 따른 진정성마저 의심되는 평가 점수로 주면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발표 과정에서 실행 기관인 에너지 관리공단과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에너지관리공단의 세부 실행 부서에는 보도 자료의 정확한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촌극마저 벌어졌습니다.
인증과 제도는 규제와는 다른 것입니다. 인증과 제도는 올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기준점이며, 관련 업계와 업체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도 변경 전에 사전 인프라 구축과 충분하고 명확한 공지, 그것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지 못하면 그 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더 많아지게 되면 그에 따른 편법만이 난무하게 되어 그 방향성이 틀어지게 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충분한 논의 및 공지 없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발표는 그 좋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혹자는 최근 신재생에너지관련하여 언론 등에서 재기된 잦은 비판과 현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 그리고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급작스럽게 치적용으로 발표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현재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성장 동력으로 판단한다면 좀 더 장기적적으로 순차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정비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세종대왕은 단순한 하나의 법안을 바꿀 때에도 신하와 수십일을 거쳐 검토하고 토론을 행하여 이것이 무슨 영향을 줄지 고민하였고 행여나 성들이 따라오지 못할 까봐 수십번 심사숙고한 후 변경안을 만들고 공표하였습니다.
이번 산업 통상 자원부의 급작스런 발표를 접하고 든 생각은 당장 어떻게든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이 아니라 과거 이런 세종대왕의 자세를 본 받아 장기적인 로드맵하에서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끝)